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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195호 - 평화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평양 남북정상회담(9.22일자) 등록일 2018.10.06 17:30
글쓴이 관리자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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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195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수석협상가’ 한국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확약했습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9월 20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에서 육성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약속해, 연내 추가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3개항에 걸친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그 동안 북한이 한국과 직접 핵협상을 벌이는 것을 꺼려왔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9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요청한 대로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을 의미한다.

 

  북한과 미국 간에는 70년의 적대관계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협상은 사소한 언행이나 실수로도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과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정치에서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상 공정한 중재자(honest broker)가 필요하다. 기존의 사례를 보면, 미국과 리비아와의 핵협상에서는 영국이 중재역할을 담당했고, 미국과 이란 핵협상에서는 독일이 중재역할을 맡았다.

 

  그 동안 북한은 비핵화 문제에서 우리 측을 배제해 왔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로 부상했다. 북·미 양측이 남한을 가장 중요한 중재자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북핵문제에서 한국이 중재자로서 유효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신뢰관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물론 이번 공동선언으로 비핵화 문제가 완전히 타결된 것은 아니다.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영변 핵시설 폐 기 등 이른바 '미래핵'에 초점을 맞추면서, 핵·미사일 제조시설과 같은 '현재 핵'과 이미 배치된 '과거 핵'에 집착하는 미국과의 간극을 좁히는 데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체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미해결과제들은 향후 북미 간의 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공개하지 않은 많은 비핵화 협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북·미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미국의 화답을 끌어냈다.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북·미 협의에서는 국제기구의 감시 아래 검증과 사찰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는 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머지않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한 북·미 고위급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완화의 제도화와 마음의 교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에서 진전된 실천적 조치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재래식 군사분야에서도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들에 합의하였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 성격으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이번 군사분야 합의서는 판문점 선언에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약속을 구체화한 것이다. 주요내용을 보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전방초소(GP)의 시범적 철수, 지상·해상·공중의 군사적 적대행위 금지 조치 등이다.

 

  이러한 군사분야 합의가 가진 의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적인 조치로서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의 위험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보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주민과 함께한 마음의 교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순안공항에 내려 북측의 환영인파를 향해 90도 절을 하였다.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도 식당을 찾은 평양시민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이와 같은 문 대통령의 ‘폴더 인사’가 대북 전단 100억 장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 명을 상대로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하고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이전의 적대 관계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의 관계로 진입했다고 연설하였다. 이것은 남한 대통령이 북한 주민을 상대로 평화공존을 약속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본다면 한반도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대열에 북한주민의 동참을 요구하는 의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북한주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병진노선의 종결을 선언하고 새로운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채택한다고 할 때, 한편으로 경제 회생에 대한 기대 때문에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 핵무기 없이 체제 안전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을 법하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친 북한주민 행보는 핵무기를 포기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잘 살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남북관계 진전으로 북·미관계 견인이 과제

 

  금년 세 번째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자마자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매우 흥분된다”면서 김 위원장이 핵무기 사찰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미 협상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나섰다. 중국의 겅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평양공동선언의 채택에 대해 “열렬히 축하하며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남북한의 공동선언 채택에 대해 미, 중과 같은 한반도문제 직접당사국들이 환영의 뜻을 표하기는 했지만, 앞으로의 길은 대내외 요인 때문에 결코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북한 내부변수는 상당히 정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11월 6일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그리고 종전선언 문제에서 한 발 빼기는 했지만 언제라도 개입하고자 벼르고 있는 중국은 향후 정세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 과정에서 변수로 등장한 것은 국내 일부세력들의 근거 없는 비방이다. 이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에 대해 “스스로 눈 가리고 손 묶었다”면서 마치 우리의 안보역량을 축소시킨 듯이 주장하는가 하면, 비핵화 관련 합의도 북한의 핵 목록 신고 문제가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향후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돼 핵·미사일을 바탕으로 한 비대칭전력의 우위가 사라질 경우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에 놓이게 된다. 그럴 경우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자칫 남북한의 재래식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어 한반도는 핵전쟁 위협에서는 벗어날지 몰라도 재래식 전쟁 위협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앞서 재래식 전쟁 위협의 제거는 매우 중요한 조치인 동시에 비핵화를 추동하는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비핵화문제도 겉만 보고 성급히 진단할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 국민보고에서도 밝혔듯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는 비핵화였고 여기서 아직 밝힐 수 없는 진전된 합의들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협상은 남북관계와 달리 남북 정상 간의 합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북·미간의 협상까지 이루어져야 완료되기 때문에 조만간 재개될 북·미 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진행될 일정만 해도 유엔총회 계기의 한·미 정상회담(9월 24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연내 서울 남북정상회담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비핵화 로드맵이 채택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진다면 올해 안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전개돼 왔다. 하지만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이 프로세스는 우리 민족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역사적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로 나아가는 우리의 결의와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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